기증
두 남녀 사회학자가 사랑을 주제로 한 열 편의 ‘사랑 영화’를 꼼꼼히 보고 나서 서로에게 던지는, 사랑이란 감정의 변화무쌍한 빛깔에 대한 물음과 그 대답. 영화 속 타인의 사랑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그래서 늘 새로운――감정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영화는 사랑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클로저>의 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는 왜 진짜 이름을 말하면서도 거짓말인 척하는지, <그녀에게>의 남성 간호사 베니그노(하비에르 카마라)의 삶은 헌신적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사랑을 가장한 집착이나 광기였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이성(異性)의 느낌을 생각해 보고, 텍스트를 통해 보지 못했던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대담은 영화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집중해 이루어졌다. ‘추레한 결말을 알고서도 사랑을 시작할 수 있나?’(<이터널 선샤인>), ‘과연 사랑은 인간을 얼마만큼 변화시키는가?’(<타인의 삶>) 같은 식이다. 현직 사회학 교수들이 나눈 대화인 만큼 ‘친밀성의 구조 변동’이나 ‘진화 심리학’의 주장, ‘마음의 습속’ 따위의 사회학적 개념이 중간 중간 녹아 있지만, 이론적 분석이 아니니 쉽게 술술 읽힌다.
또 남녀의 시각차에 의해 간혹 서로 부딪히기도 하나,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편안한 이야기 쪽에 훨씬 가까우니 부담이 없다. 사랑이란 먼저 마음을 열어 나를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일임을 이 책의 영화들과 대화들이 잘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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