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1962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타임〉 선정 ‘100대 영어 소설’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100대 영어 소설 60위’
가벼운 연애와 영화로 때우는 무목적의 삶
젊은 주식 중개인 빙크스 볼링의 늦은 성장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 『호밀밭의 파수꾼』 등 미국의 많은 성장소설이 시대를 초월한 고전 목록에 올라 있지만 그중 『영화광』의 위상은 다르다. 이것은 어려서 부모의 죽음을 겪고 커서는 결핵으로 자신의 죽음을 코앞에 두어야 했던 작가 워커 퍼시가 마흔네 살에 늦깎이로 발표한 데뷔작으로, 나이가 허클베리 핀과 홀든 콜필드의 두 배가량 되는 뉴올리언스의 젊은 주식 중개인이 성인으로서 맞는 또 한 번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 두려운 삶, 나날이 체념되고 무뎌지는 삶, 하지만 언젠가는 그 틀과 타성을 깨고 책임도 불안도 끌어안아야 할 삶을 워커 퍼시는 서른 살 생일을 앞둔 어느 직장인의 일상을 통해 그린다. 여기에는 일과 연애와 유머의 맛을 알되 일상의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끼고 사는 외로운 빙크스 볼링이 화자로 나선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의 혼종인 뉴올리언스의 이색적인 풍광 속에서 일인칭 현재 시점으로 그려지는 『영화광』은 자유와 책임, 사랑과 바람, 삶과 죽음, 신과 실존, 고전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 등 여러 대립항에 대한 숙고로 영롱한 다면체를 이룬다. 이 소설은 삶이란 완성형일 수 없으며, 따라서 성인에게도 삶은 처음이고 익숙지 않음을 말하는 소설로 현대적 성장소설의 효시가 되는 작품이다.
1961년 출간된 『영화광』이 이듬해 전미도서상을 수상했을 때 세간에서는 여러모로 화제였다. 출간 후 1년여를 잠잠히 묻혀 있던 작품이 뒤늦은 조명을 받았던 데다, 의사에서 작가로 전향한 저자가 마흔네 살에 발표한 데뷔작이라는 점, 그리고 그해 전미도서상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J. D.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 조지프 헬러의 『캐치-22』 외에도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와 윌리엄 맥스웰 등 걸출한 작가들의 작품이 그해 경쟁을 다투었다. 『영화광』은 2005년 〈타임〉이 선정한, 〈타임〉 창간 해인 1923년부터 선정 당해인 2005년 출간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100대 영어 소설’ 목록에 올라 있고, 아울러 모던 라이브러리가 20세기를 통틀어 선정한 ‘100대 영어 소설’ 목록에도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조지 오웰 등 필수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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