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한국 현대소설사의 연륜을 그대로 담고 있는 소설가 한승원의 장편소설. '항항포포港港浦浦'라는 말은 이 땅의 모든 항구와 모든 포구라는 말의 조합이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동행하는 이 소설은, 소설가 자신이 그랬듯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이야기이고, 새 길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임종산은 마음속에 한 여인, 소연에게 큰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빚을 덜어내기 위해 일 년에 한 번, 소연과 함께했던 항구와 포구에 가보는데 그 여행길에 묘연이란 여자가 동승하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출강하던 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난 임종산과 소연은 소연이 임용고시에 탈락한 후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둘만의 은밀한 만남을 지속한다. 하지만 계속된 만남으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소연은 임용고시에 계속 낙방하고 그런 소연에게 종산은 작가의 길로 들어설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소설가로의 삶 또한 그녀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고 임신과 중절을 거듭하다 병을 얻고 소연은 젊은 나이에 사망하기에 이르는데…
인간 본성과 원초적 세계에 관해 끊임없는 화두를 던지며 인간 내면을 심도 있게 그려내는 작가 한승원의 소설은 사랑과 자유에 대한 신앙적인 복종, 혹은 성스러움과 속된 세상바다 속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아 가려는 몸부림을 치는 세 명의 인물을 통해 과잉과 부재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금의 자신의 삶과 사랑, 자유에 대한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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