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9
SPECIAL[오은의 오늘의 시] 손 친구
헌책
―손 친구
오은
입이 심심할 때면
주전부리가 필요하지
살구도 먹고 과자도 먹고
초콜릿도 먹고 주스도 마시면서
입안을 채우지
씹을수록 흘러넘치는 허기
머리맡에는 늘 입 친구들이 있어
윤기가 흐르는
눈이 피로할 때면
푸른 것들을 보고 싶지
나무 사이를 가로지를 때마다
그림자는 세로로 길쭉해지고
풀숲을 헤칠 때마다
동심은 날렵해지지
바깥에는 으레 눈 친구들이 있어
생기를 머금은
외출할 때면
물건들을 챙겨야 하지
휴대전화는 왼쪽 주머니
지갑은 오른쪽 주머니
자외선이 강하게 내리쬐니
선크림도 잊지 말자
두 손에는 손 친구들이 한가득해
용기를 건네는
책도 한 권 챙기자
언제 시간이 남을지 모르니
남은 시간을 살아남은 시간으로 만드는 데는
책만 한 것이 없지
헌책일수록 좋아
손안에 딱 잡히니까
애착 인형처럼 나를 편안하게 해주니까
함께 가는 거야
발 친구의 매듭을 지으며
삶의 다음 장면으로 출발
© 오은
오은
시인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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