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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9

INSIDE

[오직서울책보고 다시보기] 전영택 《전영택 창작선집》, 이영도 수필집 《춘근집(春芹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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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서울책보고 


Emotion Icon십삼만 여권의 가득한 헌책방, 서울책보고

서울책보고에는 다양한 분야의 초판본과 창간호 등 희귀한 책이 모여있습니다.

누군가 발견해 소개하지 않는 한 그냥 묻혀버리는 숨은 헌책들을 소개하는 〈오직, 서울책보고〉

김기태 교수의 글로 매달 여러분을 만나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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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택  《전영택 창작선집》

어문각 / 1965년 12월 15일 초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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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 전영택(田榮澤, 1894~1968)의 문학을 총결산한 책이 바로 《전영택 창작선집》이다. 저자가 직접 엮은 책으로 1965년 12월 15일 어문각에서 초판을 발행했다. 대표작 「화수분」을 비롯해 「돌팔이와 그 아내」, 「방황」, 「후회」 등 작가가 직접 고른 단편 29편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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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택의 대표작 「화수분」은 우리 근대소설의 정착에 기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화수분'은 30세 전후의 인물로 농촌인 양평에서 농업에 종사하다가 서울에 올라와 남의 집 행랑살이를 한다. 행랑살이와 날품팔이를 겸하고 있지만 가난한 생활이 계속된다. 그런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발을 다친 고향의 형으로부터 추수를 거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골로 내려간다.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굶주리다 지쳐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식을 업고 남편을 찾아 나선다. '화수분'은 또 가족이 걱정이 되어 서울로 올라오다가 길가에 주저앉은 가족을 발견한다. 거의 동사(凍死)에 이른 아내를 보고서도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내와 함께 길에서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 부부는 어린 자식을 품에 안은 채 꼭 껴안고 밤을 지냈지만 부부는 죽고 어린 자식은 부모의 체온으로 살아남았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가난하고 무식하지만 스스로 희생하면서 어린 생명을 구하는 어느 선량한 부부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다.


늘봄은 이 작품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고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인용문에 드러난 기법과 창작 태도를 통해 문학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이튿날 아침에 나무 장사가 지나가다 그 고개에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그 가운데 아직 막 자다 깬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시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것만 소에 싣고 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그것을 그대로 묘사 또는 서술했다는 사실, 즉 근대소설의 기본 요소 중 하나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린 것을 소에 싣고 갔다는 사실만을 밝힐 뿐, 그 뒤 어린 것이 어떻게 되었고, 가난한 부부의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다는 뒷이야기가 전혀 없다. 곧 결말 이후의 내용을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는 점에서 이 또한 근대소설의 기법과 일치한다. 이처럼 늘봄 전영택은 김동인(金東仁)·현진건(玄鎭健)·염상섭(廉想涉) 등과 더불어 근대소설을 정착시키는 데 공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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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우리 근대소설의 미학을 다시 맛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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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수필집 《춘근집(春芹集)》

청구출판사 / 1958년 11월 25일 초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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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황진이(黃眞伊, 1506~1567) 이래 최고의 여성 시조시인으로 불리는 정운(丁芸) 이영도(李永道, 1916~1976) 시인의 첫 수필집이다. 오빠 또한 유명한 시조시인 이호우(李鎬雨, 1912~1970) 시인이다. 이호우, 이영도 남매는 경상북도 청도(淸道) 출생이며, 이영도 시인은 일찍이 대구의 명문 부호 자제와 결혼했으나 남편이 슬하에 딸 하나를 남긴 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젊은 나이에 홀어머니가 되고 말았다. 1945년 8월의 일이었으며, 그때 이영도 시인의 나이 29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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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11월 청구출판사(靑丘出版社)에서 발행된 《춘근집(春芹集)》은 이영도 시인의 첫 수필집이다. 시인의 나이 42세 때였다. '춘근', '봄 춘'에 '미나리 근'을 썼으니 '봄미나리'라는 뜻이다.  가로 128mm, 세로 185mm 크기에 모두 224쪽의 본문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4부에 걸쳐 53편의 글이 실려 있다. 우선 표지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독특한 손글씨로 보이는 '春芹集'이라는 제목 아래 '이영도 수필집'이라는 활자가 한글로 새겨져 있고, 표지 전체 바탕에는 난초인 듯한 화려한 꽃 그림이 마치 꽃밭처럼 뒤표지까지 펼쳐져 있다. 특히 하단 3분의 1 정도를 수놓은 강렬한 색감의 그림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화풍(畫風)을 연상케 한다.


앞표지를 넘기면 면지가 나오고 그 뒤쪽에 예의 화풍을 담은 흑백 그림을 배경으로 이번에는 세로글씨의 제목이 새겨진 속표지가 나온다. 그 뒤쪽에 활자체로 '이영도 수필집'이라는 세로글씨가 새겨진 속표지가 한 장 더 나오고, 그 뒷장부터 4쪽에 걸쳐 세로쓰기 차례가 나오는데, 차례가 끝나는 지점에 두 줄의 선명한 활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題字 金相沃', '裝幀 千鏡子'. 곧 제목 글씨를 쓴 사람은 '김상옥', 표지와 본문을 꾸민 사람은 '천경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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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맨 마지막에 있는 간기면을 보면 1950년대에 발행된 책마다 예외 없이 그랬던 것처럼 상단에 '우리의 맹세'가 실려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인지(印紙)가 붙어 있는데, 세월의 흔적 때문인지 선명하지 않아서 인장 글씨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 밑에 서지정보가 실려 있는데, 이를 통해 이 책은 단기 4291년 11월 25일 청구출판사에서 자체 인쇄소를 통해 인쇄하여 발행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책값은 '700환'으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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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영도 시인은 유치환 시인의 애틋한 편지를 수도 없이 많이 받았다고 한다. 매일같이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자신에게 편지를 썼던 청마 유치환 시인의 마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응답했으리라는 짐작에서 이영도 시인의 글을 살펴볼 생각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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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교수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초판본 · 창간호 전문서점 〈처음책방〉책방지기이기도 하며, 

출판평론가, 저작권 및 연구윤리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롯데출판문화대상 심사위원장 및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한국 근대잡지 창간호 연구,

소셜미디어 시대에 꼭 알아야 할 저작권김기태의 저작권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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