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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9

BOOK&LIFE

[SIDE A] 내면 아이와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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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아이와의 동행

 

정대건

소설가,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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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도 별로 없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전형적인 집돌이다.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서툴렀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까워지는 건 어느 정도 수월하게 하지만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할 줄 몰랐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외로움을 느낀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자아실현도, 작가가 되는 일도, 성공하는 일도 아니고 잘 맞는 짝을 만나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모든 일은 결국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서였다. 그 정도로 애정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청춘의 시절 내내 외로워했고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행복을 만끽하기보다는 자주 불안해했다.

 

그러면서 나의 만남과 헤어짐에 어떤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흔히들 말하는 ‘불안형 애착 유형’에 가깝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태어나서 3살까지 형성된 부모와의 애착이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심리학의 이야기들을 외면하고 싶었다. 얼핏 들었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이 결정되어 버렸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나는 20대와 30대 동안 숱하게 불안정한 연애를 반복하며 많은 사연을 만들어 왔다. 헤매고 헤맨 끝에 만나 평생을 약속한 애인에게 우리가 10년쯤, 혹은 5년쯤 더 빨리 만났더라면 좋았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때 우리가 만났다면 내 미숙함 때문에 좋은 결실을 보지 못했을 거라고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이지 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원하는 애정이 어떤 형태인지 정확히 몰랐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요구하는 게 관계에 좋을지 몰랐다. 나의 불안을 다루는 법을 몰랐다.


지금이라고 해서 내가 크게 성숙한 인간이 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위에 열거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여전히 가끔은 관계에서 유치하게 굴기도 하지만, 지금은 다투더라도 내 감정을 잘 설명할 줄 알게 되었다. ‘너는’으로 시작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으로 시작하는 화법을 익히기도 했다. 먼저 사과를 할 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미숙한 연애를 반복하는 것이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고, 나아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이 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상담은 나라에서 전 국민에게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30년 이상 살던 사람들이 만나서 결혼을 한다는 건 정말 미친 짓이 아닌가. 나는 진지하게 국민 모두가 상담을 받고 심리학 서적을 읽고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계를 개선하는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지금보다 이혼율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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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불안정 애착인 사람들에게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책이다. 자신이 고통스러운 연애로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면, 자신의 핵심 상처를 찾고 내면 아이의 감정을 바라봐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저자인 제시카 바움은 당부한다. SNS에 중독되는 것도, 연애에 중독되는 것도, 애착의 문제에서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오래 동행하게 되는 것은 부모도, 앞으로 한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도 아니다. 평생 함께 가는 것은 나 자신과의 동행이다.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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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건

소설가, 영화감독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 키드》, 

극영화 《메이트》를 연출했다. 

저서로는 《GV 빌런 고태경》, 

《아이 틴더 유》, 《급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