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40
SPECIAL[헌책보고 고전보고] 일상의 재발견
헌책보고 고전보고 Ep. 30
일상의 재발견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헌책보고 고전보고>는 헌책과 고전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
잠시 눈을 감고, ‘일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자. 흔히 쓰는 말임에도 그 뉘앙스는 매번 조금씩 다르다. 때로는 지루함, 단조로움이 되고 때로는 평화와 행복이 된다. 혹은 반복적인 노동에 의한 피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분쟁 지역의 고단한 사람들에게는 일상이 전쟁과 동의어가 될 테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므로, 우리에게 일상이란 어느 정도의 안정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일상’의 의미를 막연한 느낌으로 받을 뿐이다. 그러나 탁월한 감각을 지닌 작가들은 일상을 어떤 식으로든 재발견하고 그 이미지를 다양한 언어로 형상화한다.
앞서 말했듯이 일상에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가 모두 있다. 임의로 이것을 플러스적 일상과 마이너스적 일상이라 해 보자. 문학 작품 속 플러스적 일상에는 평화와 훈훈함이 있다. 오 헨리나 제인 오스틴의 소설, 혹은 온갖 모험소설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쉽게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일상은 스토리 구성상 극적인 갈등이 생겨나기 이전에 등장한다. 아이들은 천진하게 장난을 치고 사람들은 자잘한 갈등을 겪지만 화해하고, 연인들은 행복에 들뜬 모습으로 결혼을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고 소소한 기쁨이 존재한다. 간혹 불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불행은 유쾌한 해학, 혹은 아이러니가 해결해 준다. 비록 긴장감은 부족하지만, 치열한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에 직면할 때 사람들은 문득 이러한 일상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렇다면 마이너스적 일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하루하루의 삶이 꼭 행복하지만은 않다.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레이먼드 카버와 모파상은 이런 부분을 잔인하리만치 세세하게 포착해 보여 준다. 일상의 극심한 노동과 갈등, 경제적 어려움은 결코 무시하기 힘든 부분이다. 인생은 인물들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 변화가 때로는 희극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라던 꿈은 이루어지지 않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식어버린다. 일상에는 비장하고 치열한 사건이 드물기 때문에 이 과정은 대부분 ‘멋없게’ ‘힘겹게’ 흘러간다. 우리들이 흘러간 세월을 떠올릴 때 곧잘 쓴웃음을 짓는 이유는 그 점 때문이다.
© 키두니스트 Kidoonist
일상의 양면적인 재발견은 시시때때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느끼는 일상은 -3에서 +3 정도를 오가며, 때로는 긍정적이고 때로는 부정적이다. 재밌는 점은 많은 이들이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상을 보내던 소설 속 인물들이 수시로 위험한 모험에 빠져드는 걸 떠올려 보자.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변화 없는 삶에 권태로움을 느끼고, 정작 변화가 일어나면 이전을 그리워하곤 한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언급되듯, 사람들은 흘러가는 일생 속에서 상승 욕구와 하강 욕구를 반복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플러스적 일상과 마이너스적 일상 사이에서 허우적거린다.
© 키두니스트 Kidoonist
이처럼 파도치는 일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바람직할까? 감히 생각건대, 가장 좋은 것은 한 발짝 떨어져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나친 감정과 욕구에 휩쓸리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일상의 온갖 면들을 제대로 발견한다. 부정적으로만 보였던 일은 해학을 섞어 한층 건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만 보였던 일도 한층 차분하게, 거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한 좋은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일상의 양면을 재발견한 대문호의 작품을 두루 읽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접 나가 시험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치 원고를 끝내면 책을 들고서 카페로 향할 작정이다. 두 가지를 두루 행하기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키두니스트(Kidoonist)
웹툰 작가,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문학,
그 중에서도 장르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고전문학의 재미를 알리고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수십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고전 리뷰툰》, 《고전 리뷰툰 2》를 출간했다.
교양만화 플랫폼 <이만배>에서 고전 리뷰툰 플러스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