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2
COMMUNITY[헌책방 주인이 사랑한 책] 글에도 맛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줬어요.
헌책방 주인이 사랑한 책
남문서점의 추천책
《근원수필》, 김용준 (1948년판, 을유문화사판)
“제게 정말 소중한 책이에요”
라는 말을 건네며 남문서점 대표님이 건네주신 책은 동양화가이자 미술평론가 김용준의 《근원수필》이었습니다. “일상사를 다룬 가벼운 단문부터 우리 미술과 미술가들에 대한 비평까지” 담은 이 수필집은 어떤 책일까요? 남문서점 대표님의 말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김용준 선생의 근원수필은 ‘글도 맛이 있구나’를 느끼게 한 책이었다.
첫 장부터 내 마음을 녹이기 시작하더군.
그 첫 장을 여기에 몇 줄 옮겨보면...
“댁에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
(중략)
실례의 말씀이오나 하도 오래간만에 우리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청하신
선생의 말씀에 서슴지 않고 응한 것도
실은 선생을 대한다는 기쁨보다는
댁에 매화가 성개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때문이요.
십 리나 되는 비탈길을 얼음 빙판에 코방아를 찧어 가면서
그 초라한 선생의 서재를 황혼 가까이 찾아갔다는 이유도
댁의 매화를 달과 함께 보려 함이었습니다.”
몇 줄의 글만으로도 화가의 풍부한 미적·지적 감성을 글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아
너무 달콤하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 뭉클함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캬. 대표님의 추천 이유만 들어봐도 이 책이 궁금해지지 않으세요? 심지어 이 책은 1948년 6월 20일에 나온 초판본입니다. 책 한 번 감상해보겠습니다.
이 책은 현재 범우사와 열화당 버전으로 구해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봄에 꽃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올 때쯤, 이 향기로운 수필을 읽어보려고요.
섬네일 사진 : 김용준의 <수향산방 전경>
출처 : 경향신문 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1710061000011#c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