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깨닫는 작업과 더불어 ‘나’라는 인물을 형성한 사회 배경을 이해하는 작업이 또한 필요할 거예요.
나-사회가 만나는 지점에서 떠오를, 내 삶의 의미와 로드맵, 생년문고에서 한 번 찾아보세요.
특정 해에 나온 문예지와 사회비평지, 문학과 인문교양서를 묶은, 서울책보고 생년문고.
[생년문고] 1995년 #참치죽이_있는_LG25시의_풍경
안녕하세요~! 일요일 생년문고 입고합니다.
오늘은 제1회 #광주비엔날레 가 개막한 해, #신세기에반게리온 시리즈 가 방영을 개시한 해, 영화 #토이스토리 가 개봉된 해, #V리그 #삼성화재블루팡스 와 #K리그 #수원삼성블루윙즈 가 창단한 해, 문화의 다양한 영역이 꽃피던 1995년 생년문고 입고합니다.
오늘도 문예지, 영화잡지, 어린이책, 소설집, 시집 등 다채롭게 준비했어요. 그중에서도 한 시집에 실린 90년대스러운 시에서 표제를 가져와 봤습니다.
1995년 #참치죽이_있는_LG25시의_풍경 (5권/12,000원)
역대급 긴 표제네요.(씨익) 일단 낯선 단어가 보입니다... LG25??? 이 단어가 낯설지 않으신 분들...도 계시긴 하겠지만... 흠흠. 빨강파랑 두 줄 바탕에 대문자로 쓰인 로고가 생각나신다면 적어도 이 편의점(!) 앞 지나가 본 적 있으신 분입니다.(엄지 척) 지금은 ‘GS25’로 상호명이 바뀌었죠! 현GS25 구LG25는 1990년 12월에 영업을 시작한 대한민국 최초의 편의점 프랜차이즈랍니다. (미소)
오늘 생년문고에 들어간 시인 Y의 1995년 시집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시가 있는데, 90년대 느낌이 잘 살아있어요. 한 번 감상해 보실까요?
(빨강동그라미)(파랑동그라미)
참치죽이 있는 LG25시의 풍경
편의점이 생기고 나서부터 한밤중에도 나의 육신이 불을 환히 밝히게 되었다는, 쉴 줄 모르게 되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 정진규, 「몸詩 90」 중에서
24시간의 일상, 그 끄트머리엔 / 25시라는 상상의 편의점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 / 난 24시의 일상을 탈영한, 떠도는 자이므로 / 박쥐처럼 익숙하게 그곳으로 스며든다 / 24시간의 편의를 위해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은 손으로 / 뇌수의 냉장실 문을 열고, 오늘은
그랑 부르를 잃어버린 참치의 고독을 / 하나 꺼낸다, 가격은 영혼의 살점 한 덩어리 / 난 인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스물네 시간 / 편의점 사장에게 시집간 한 여자를 기억한다 / 멸치 대가리들이 다물어지지 않은 아가리로, 사랑했니? / 묻는다, 과연 LG 트윈스가 코리안 시리즈에 직행할까요 / 참치는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 죽그릇 속에 완봉당한 채 누워 있다 / 난 밀봉된 인스턴트 식품처럼 사랑에 대해 침묵한다 / 그때 나는 끝없는 삶의 그랑 부르를 부르짖었지만 / 그녀는 용케도 내 표정 뒤에 숨은 참치죽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도 참치는 편의를 위해 헤엄치지는 않았으리라 / 그래도 참치는 생을 죽쒀서 내 허기의 그랑 브루를 달래주리라
죽으로 요약되는 허망함을 딛고, / 꿈속에서도 참치는 계속 헤엄쳐간다 / 육신의 내부를 밝히는 심장의 불빛이 꺼질 때까지, / 난 25시 편의점처럼 쉴 줄 모르고 / 참치에게 푸른 바다를 제공할 것이다
24시간의 일상, 그 끄트머리엔 / 25시라는 상상의 편의점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 / 영혼의 살점을 지불할 수 있는 자만이 / 박쥐처럼 익숙하게 스며들 수 있는
하아... 편의점이라는 (당시로서는) 현대적이며 차가운 공간에서 참치죽으로 허기를 달래는 시인이 상상한 25시의 편의점 이미지가 좀 시니컬하죠? “인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편의점 사장에게 시집간 한 여자” 같은 구절은 어떤 편견을 품고 있지만, “참치는 편의를 위해 헤엄치지는 않았으리라”는 구절만큼은 정곡을 찌릅니다. 90년대만의 감수성 혹은 편견마저도 엿볼 수 있다는 게 오래된 출판물들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인 것 같아요! (안경)
이 외에도 배우 #최진실 이 앞표지로 나온 레어한 영화잡지 한 권, ‘여성, 여성성, 여성소설’ 특집이 실린 문예지 한 권, 90년대의 내면을 느끼게 해 줄 여성소설가의 소설집 한 권, 90년대 느낌의 유년동화집 한 권까지 꽉꽉 채워넣었습니다.(책꾸러미)
1995년생인 당신, 아니면 1995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1995년의 참치죽을 맛보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별)서울책보고 홈페이지>서울책보고 온라인헌책방>북큐레이션>생년문고(별)
#서울책보고 #서울책보고_생년문고 #생년문고 #1985 #1985년 #1985년생 #옛날잡지 #헌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