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일요일 생년문고 입고합니다. 이번 생년문고는 무려 지난주에 입고한 연도인 #1991년 입니다. 이렇게 연속으로 같은 해의 생년문고를 입고한 건 처음인데요. 연속으로 1991년 생년문고를 만든 이유는 1991년 책들에 남은 일련의 메모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모여진 책이었으나 모으고 보니 책에 메모가 남은, 일련의 1991년 책들... 그래서 오늘 생년문고는 더욱 특별합니다.

1991년 #소풍 (6권/13,000원)

먼저 오늘 표제가 된 ‘소풍’은 한 시인의 시에서 가져왔어요. #귀천 이라는 제목의 이 시에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이 적혀있거든요.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짧은 구절인데도 적으면서 전율이 이네요. 이런 고백은 아무나 혹은 아무 시인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늘 1991년 생년문고에 들어간 시집은 시 제목이 아니라 시의 한 구절에서 그 제목을 따왔어요. 바로 위의 저 구절.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시집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적혀있습니다.

"1997년의 하늘이 네게 베풀어 주는 기회를 모두 모아, 노력하는 ㄱㅎ가 되길... Happy Birthday to you!" -HM-

1991년 시집이 6년 후 누군가의 생일 선물이 됩니다. 생일에 시집을 선물하는 90년대의 감성이란. 2021년에는 도무지 다 알 수가 없는 그런 감성이네요. 소박하고 애틋한 이 메모를 시집과 함께 여러분께 드리고 싶어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제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1 이 이 생년문고에 들어있는데요. 여기에는 또 이런 메모가 적혀 있어요.

"언제나 어느 곳에서든지 사랑받고 지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생일 축하한다." 91.6.11 –HJ-

생일에 <전태일 문학상 수상작품집/장편소설 편>을 선물하는 이 진지함. 오롯이 91년만의 지성이자 감성입니다.

마지막으로, 1991년 한 문예지 겨울호에는 이런 메모가 적혀있네요!

"1994.12.23.쇠. 용산 뿌리서점. ...참으로 많은 말을 뱉으며 내가 느끼는 것은? 말을 많이 했다고, 지금 내가 할 말이 없다고 느끼는 걸까? 사람들에게 실망도 하고 하지만, 기쁠 때도 있으니 너무 기죽지 말자."

여러분. 그거 아세요? 이 메모에 적힌 용산 뿌리서점이 아직 용산에 있다는 걸. 그리고 이 메모를 적은 이는 그 헌책방에서, 3년 지난 91년 문예지를 사서 작게 메모해두었다는 걸. 그 당시 3년 밖에(!) 안 된 헌책이 긴 세월을 거쳐 지금 서울책보고 서가에 꽂히게 되었네요. 그렇게 먼 여행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한 이 문예지의 메모를 보는데 왜 힘이 날까요? 우리 때때로 사람들에게 실망하지만, 기쁠 때도 있으니 너무 기죽지 말아요.

나머지 두 권은 특정한 메모는 없고 책을 처음 구매한 이의 서명, 약간의 낙서가 있고... 나머지 한 권은 새 책처럼 깨끗한 어린이책입니다. 이렇게 골고루 6권의 1991년 책이 들어간 생년문고가 완성! 되었습니다.

이토록 스페셜한 1991년 생년문고.

1991년생인 당신, 아니면 1991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1990년대의 사람들이 적은 메모를 직접 보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별)서울책보고 홈페이지>서울책보고 온라인헌책방>북큐레이션>생년문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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