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깨닫는 작업과 더불어 ‘나’라는 인물을 형성한 사회 배경을 이해하는 작업이 또한 필요할 거예요.
나-사회가 만나는 지점에서 떠오를, 내 삶의 의미와 로드맵, 생년문고에서 한 번 찾아보세요.
특정 해에 나온 문예지와 사회비평지, 문학과 인문교양서를 묶은, 서울책보고 생년문고.
[생년문고] 1992년 #오미자술
오미자나무에 붉은빛이 도는 황백색 꽃이 피는 6월, 오늘자 생년문고 입고합니다.
오늘은 그야말로 #트렌디드라마 의 효시라 볼 수 있는 #질투 가 정확히 이맘때 (92년 6월 1일 방영 시작) 시작해, ‘남녀 친구 사이에 과연 사랑은 가능한가’라는 고전적 주제를 감각적으로 표현해 큰 인기를 끌었던 해입니다. 그러고 보니, 1년 전에 #자이언티 가 ‘질투’ 주제가를 다시 불렀던 자동차 광고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 애절합니다.
당시 신드롬을 일으킨 배우 #최진실 님과 이후 고려부터 조선까지 온갖 왕을 섭렵하실 배우 #최수종 님이 신세대 인기스타로 떠오른 바로, 1992년 생년문고입니다.
1992년 #오미자술 (5권/16,000원)
지지난 주에 입고했던 1992년 문고를 왜 또 입고하느냐고요? 사실 DM으로 92년 문고를 신청하신 분이 계셨는데 그 신청을 받아 입고한 당일 오프라인으로 바로 구매해가신 분이 계셔서요. 아쉽게 놓치셨을 그분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92년 책을 모아봤습니다.
오늘 키워드는 1992년 여름에 한 계간지가 특집으로 다룬 시인 H의 시에서 가져왔어요. ‘오미자술’이라는 게 지금 이 계절에 어울리기도 하고, 뜨거운 여름이 되기 전에 서로가 서로를 용서해 가볍고 시원한 마음으로 여름을 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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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한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 델몬트 병에 붓고 / 익기를 기다린다. / 아, 차츰차츰 더 바알간 색. / 예쁘다. / 막소주 분자(分子)가 / 설악산 오미자 기개에 눌려 / 하나씩 분자 구조 바꾸는 광경. / 매일 색깔 보며 더 익기를 기다린다. / 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 / 그냥 남을까 말까 주저하다가 / 부서지기로 마음 먹는다. / 가볍게 떫고 맑은 맛! // 욕을 해야 할 친구 만나려다 / 전화 걸기 전에 / 내가 갑자기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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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해야 할 친구를 만나려던 타이밍에 오미자술을 마시고 마음이 환해져 (아마도) 친구를 용서한 시인. 시인이 직접 이 시에 단 코멘트를 같이 읽어볼까요?
“약술을 담아 마셔본 사람이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다. 구체적인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소주 이름이며 빈 오렌지 빈 병 이름까지 사실 그대로 등장시켰다. 이즈음처럼 어깨에 힘을 주거나 추상적인 시가 대부분인 때 이런 구체적인 사물의 계시는 그 나름대로 <낯설게 하기>의 장치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여하튼 이런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그리고 평범한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그러나 예술가적인 상상력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 속에서 만난 구체적인 술맛에 힘입어, 화자는 갑자기 변화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 술 이름과 그 도수, 그 술을 담는 병 이름의 구체적인 제시, 그것은 세계에 대한 시인의 감사의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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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제시, 그것은 세계에 대한 시인의 감사의 표지이다. 이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길게 남네요. 세계에 감사하고, 술맛에 힘입어, 환해진 마음으로 친구를 용서하는 시인의 모습에 같이 마음이 환해집니다. 우리도 이 시 한 잔 마시고, 누군가를 조용히 용서해보면 어떨까요.
이 시인 특집이 실린 문예지 외에도, 이 문고에는 또 다른 문예지 한 권, 알록달록한 인문교양지 한 권, 1992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 권, 1992년에 출판된, 앞표지가 깜찍한 동화집 한 권까지 다채롭게 넣었습니다.
1992년생인 당신, 아니면 1992년생 지인을 둔 당신,
혹은 1992년 시인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은 당신,
한 번 주문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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