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서울책보고
해문 추리소설 시리즈
인스타그램 업로드_2022년 3월 25일
서울책보고에만 있는 희귀하고 놀랍고 의미 있는 혹은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는
오직서울책보고 오늘, 날도 흐리고 해서 1990년대 추리소설 특집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여러분, 혹시 초등학교 혹은 '국민학교' 다닐 때, 추리소설 좀 읽으셨나요?
저 때는 추리소설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루머(?!)가 있어서
그런 마케팅으로 추리소설이 많이 읽혔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의 알록달록한 원색적 추리소설이
서울책보고 서가에도 종종 눈에 띄어 자꾸 제 시선을 사로잡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1990년대 스타일 추리소설,
당시 초등학생이라면 한 번쯤 읽기를 시도(!)했던 익숙한 판형과 표지의 추리소설을 좀 가져와 봤어요.
이 추리 소설들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는데, 일단 제목이 좀 자극적이며 사실적입니다...
가령 '살인'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망설임이 없죠.
《크리스마스 살인》, 《애국살인》, 《골프장 살인사건》,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등등.
이중에서는 지금 번역본에 그대로 살아남은 제목도 있지만,
완전히 달라진 제목으로 바뀐 것도 있어요.
가령,
*
애국 살인 → 하나, 둘, 내 구두에 버클을 달아라
크리스마스 살인 →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이런 식이죠.
제목을 바꾸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살인'을 붙이다니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애국살인》은 그 조합이 영 어색합니다. 애국과 살인이라니요?
앞표지도 인상적입니다.
지금 번역되는 고전 추리소설 시리즈는,
대개 어떤 사물을 표현해도 흑백 혹은 두 톤의 컬러만 사용해
미스터리의 어떤 미스터리스러움을 더하는데 반해,
90년대에는 제목과 더불어 앞표지도 리얼리즘을 표방합니다.
《크리스마스 살인》은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빨간 와인잔에
'살인'을 표현하는 듯한 '장검'이 앞표지네요.
넘나 직역 어쩔티비...
《골프장 살인사건》은 떡하니 골프공이 꽂혀있습니다.
(이거 골프잡지 앞표지 아닌가요??)
90년대 당시 헌책방에서 이 해문 추리소설 시리즈를 즐겨 읽으셨다는
서울책보고 A팀장님의 증언을 살짝 들어보겠습니다.
"국민학교 때,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만 헌책방이 네 군데나 있었어요.
나한테는 모두 보물 창고들이었죠.
그중에 한 곳이 매우 크고 정리가 잘 되어 있었는데,
그 헌책방에서 해문 추리 소설을 몰래(!)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국민학교 내내 추리소설에 빠져 지냈는데
국민학생이라 돈이 없어서 그 많은 책들을 일일히 사서 볼 수가 없으니
헌책방 한 구석에서 주인 아저씨 몰래 읽곤 했었어요.
당시 해문 추리소설 시리즈 한 권이 300원 정도 였던거 같은데...
버스비가 60원, 짜장면 값이 500~600원 하던 시기였어요.
그렇게 읽은 해문 시리즈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오리엔탈 특급 살인》, 《뤼팽과 홈즈의 대결》입니다."
네? 짜장면 500원이요?
중고 추리소설이 300원이라고요?
라떼 향기 솔솔~!
(팀장님, 증언 감사합니다.)
바로 그 버스비 60원 시절의 90년대 추리소설이
서울책보고 '헌책방나들이'서가에 빼곡하게 꽂혀있어요.
어떠세요, 아이들과 함께 (우중충한 봄날) 나들이를 가야 할 때,
어디 밖에 나갈 것 없이 안전하고 아늑한 서울책보고에 오셔서
"이거 엄마가 보던 추리소설이야."라며 책 구경도 하고,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주말을 보내시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