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1988년 작가로 데뷔한 이래 문학만이 아니라 음악, 연극, 방송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벌여 온 작가 이토 세이코의 베란다 원예 에세이. 2004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2년간 『아사히 신문』에 매주 연재한 일기를 묶었다.
십수 년의 아마추어 원예 경력을 가진 그이지만 원예의 무대는 도쿄 변두리 맨션의 좁은 베란다를 벗어나지 않는다. 번듯한 정원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란다이기에 더욱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식물의 세계가 있다.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공간인 베란다에서, 계절과 함께 반복되는 식물들의 성장과 죽음에 항상 새롭다는 듯이 울고 웃은 기록이 이 책이다.
원예에 숙달하는 길을 알려 주기보다는 우왕좌왕 실패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기록을 읽어 나가며 우리는 자연스레 원예란 무엇인지, 왜 사람은 원예라는 행위에 그토록 이끌리는지를 묻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충만감이란 무엇보다 거듭되는 실패 역시 원예 생활의 당연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질 때쯤 불현듯 황홀이 찾아오곤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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