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 2003년 6월호
봉준호 감독도 애독한 바로 그 전설의 영화잡지
인스타그램 업로드_2021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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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첫 오직서울책보고 입니다.
서울책보고에서 일하면서 제가 가장 경이롭게 바라보는 (폐간) 잡지는,
영화잡지 키노 예요.
<기생충> 봉준호 감독도 애독한 바로 그 전설의 영화잡지.
처음 서가에 꽂혀 있던 <키노> KINO 1995년 5월 창간호부터 2000년까지의 <키노>는
종종 서울책보고 서가를 영화롭게(!) 해주곤 했죠.
금방 다 판매돼서 그 영화가 짧긴 했지만.
오늘은 그 많던 <키노> 중에 2003년 7월, 폐간되기 바로 직전인 2003년 6월호 <키노>를 소개하고 싶어서 가져왔어요.
7월호를 소개하면 좋겠지만, 현재 6월호만 소장중이어서요.
<키노> 2003년 6월호 / 동화마을 / 5,000원
그래도 의미 있는 건, 99호로 마감된 이 잡지의 끝에서 두 번째 호인 98호,
2003년 6월호는 배우가 단독으로 앞표지를 장식한 마지막호 입니다.
그 앞표지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배두나!!!
배배우의 인터뷰 한 부분을 읽다 보니 2003년 영화계 풍경이 읽히네요.
많은 이들이 소수의 남자배우를 흥행보증수표로 꼽고 있으며,
바로 그 소수의 배우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영화들이 각광 받는 시대에
여자배우들이 즐기면서 찍을 수 있는 역할의 자리는 점점 좁아져 가고 있다.
..."좋은 영화를 만들길 주저하니까 흥미로운 역할도 점점 없어져요.
물론 영화는 산업이기 때문에 '되는' 영화를 만드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전 최근 흥행작들이 정말 재미없었어요."
배두나 배우 참 솔직하죠?
여배우의 입지가 좁던 그 시절을 지나
지금은 배두나 씨가 비교적 흥미롭고 다채로운 맡고 있으니 관객으로서는 행복하네요.
편집위원에 박찬욱 감독의 이름도 보이고,
<21세기 한국 장르영화의 최전선> 특집에 등장하는 젊은 봉준호와
역시 또 젊은 장준환 감독, 액션 영역에 청년 류승완 감독도 보이고요.
여기에 더해, 김지운 감독의 고딕호러 영화 <장화, 홍련> 이야기가 감독 인터뷰로 실려 있습니다.
한국영화 좀 본 분들이라면, 2003년이 어떤 해인지... 아시려나요?
바로 <살인의 추억> 이 개봉된 해랍니다.
당시 "<살인의 추억>과 더불어 올해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회자"되던 영화 <장화, 홍련>에는
배우 임수정과 문근영이 출연했어요.
당시 김지운 감독의 인터뷰 한 부분 살짝 읽어볼까요?
"외국의 고전은 끊임없이 재생산되지 않는가?
어떤 원형성이 반복되면서 그것에 기반해 서양 정신의 근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도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훌륭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런 시도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장화홍련전'이 더욱 매력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형적인 구도감이 있기 때문에 이 모티브를 재해석하거나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는 게 흥미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라면 '무섭고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가 딱 적합하게 느껴졌다."
궁금하시죠?
감독의 말대로 제 기억에도 <장화, 홍련>은 무섭고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던 것 같아요.
무서웠지만 너무 아련했던...
서울책보고에 놀러오시면 2003년 6월호 외에도 1990년대 <키노>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날씨 좋은 봄날, 책보고로 나들이 나오세요~!
※ 섬네일 사진 : 기생충의 제작자인 곽신애 대표의 글과 봉준호 감독의 글이 동시에 실린 <키노> 99호 © 노컷뉴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