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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여대 문학동인 시집 《투시와 반영》.

작성일
2022.07.07.
조회수
640

오직서울책보고

 

성심여대 문학동인 시집 《투시와 반영》

인스타그램 업로드_2022년 3월 11일

 

 

서울책보고에만 있는 희귀하고 놀랍고 의미 있는 혹은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는 

오직서울책보고 '개강' 특집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서기 1988년 (단기 4321년) 5월, 

지금은 가톨릭 대학교로 이름이 바뀐 '성심여대'에서 

아마도 국어국문학과 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이 문학동인을 만듭니다. 

그 동인의 이름은 지금 들어도, 

아니면 지금 들어서 더욱 힙간지 폭발하는 '투시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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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인'하면 저 1920년대의 <폐허> 혹은 <백조> 같은 게 생각나지 않으세요? 

뭔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문인들만 그런 동인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1988년에 시를 쓰는 대학생들도 문학동인을 만들었답니다. 

 

1988년 그해는 87년 6월항쟁의 다음 해, '88올림픽'이 있던 해, 

덕선이와 정환이와 택이의 그 응팔 시대랍니다.

 

그때 힙간지 동인 '투시와 반영'이 묶은 시집 이름은 《다름 아닌 내가 있다》랍니다. 

제목만 들어도 이 시집에 어떤 시들이 실려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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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시집의 발문을 보겠습니다. 

힙간지 동인 이름에 더해, 발문에서 또 한 번 '멋짐'이란 것이 폭발하니까요.

 

*

韓國語史시간 3월 13일 월요일 6교시 N 404

"話者와 聽者의 유기적 관계에 의해서 발음체계가 변화한다."

라는 말씀이


강의실 창문 밖으로 새어 나갔다.


4322∙봄∙투시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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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바로 이맘때, 

국문과 전공 수업시간도 시인의 시선을 만나면 하나의 시적 장면이 됩니다. 

전공 서적의 저 건조한 문장이 그 평범한 강의실 창문을 만나 

한 편의 멋진 시집 발문이 완성되었으니까요.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의 대학생들이 쓴 시는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시죠? 

저는 지금 봐도 세련된 앞표지와 폰트의 시집을 서가에서 발견해 

첫 장을 펼쳐보았다가 살짝 전율이 일었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소연 시인의 대학시절을 발견하고 말았거든요.

《마음사전》(마음산책, 2008)이라는 에세이로 유명한, 

《수학자의 아침》(문학과지성사, 2013)으로 저 같은 시 독자들을 아련하게 만든 

바로 그 김소연 시인... 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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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86학번이었을 시인이 이십대 초반인 대학교 2~3학년에 썼을 시들은, 

현재의 시들처럼 아련한 슬픔이 배어 있지만, 한층 결연한 느낌이 듭니다. 

80년대 중후반을 살아낸 대학생이었기 때문일까요? 

한 편 같이 읽어 볼게요. 

 

*

용인 자연 농원∙2 - 곰에게


울지마라 

사탕 한알 얻어먹겠다고 

눈치보며 재주 부리지 마라 

깨부셔라, 갇혀서 어슬렁 

잠이나 퍼자고 그러지 마라 

니가 본시 누구더냐 

 

옛다, 마늘이랑 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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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자연농원' (자연농원... 다 아시잖아요...!?). 

일단 제목부터 시대반영 최고입니다. 

1996년 '에버랜드'로 이름이 바뀌기 전, 자연농원 다들 한 번씩 가보셨죠? 저만 간 거 아니죠? 

그 자연농원 동물원에서 1980년대 대학생 시인이 우리에 갇힌 곰을 만나면, 이런 시를 씁니다.

눈치보며 재주 부리지 말고 그 철창 깨부시라고. 

어쩌면 이 시는 1980년대 정황에서만 유효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우리도, 우리 시대가 당연하게 여기는 어떤 철창 안에서 잠이나 퍼자고 재주나 부리고 있다면, 

한 번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니까요. 

 

아마도 이런 게 시대를 초월한 '문학의 보편성'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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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980년대 힙간지 대학생 동인시집 보러 서울책보고 바로 오고 싶지 않으신가요? 

 

 

※ 섬네일 사진 : 1964년 강원도 춘천에 개교한 성심여자대학의 제1회 졸업식 광경 ©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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