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이승애 시인의 「둥근 방」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한 ‘둥근 방’이며, 엄마 뱃속의 ‘태아의 꿈’을 매우 아름답고 뛰어나게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은 “애초에 한 방울의 물이었”고, “둥둥 몸을 감싸는 물과 섞이지 않 고/ 홀로 자라는 물이었다.” 양수 속의 물방울이었고, “꽉 막힌 방/ 어둡지만 환한 그곳에서/ 나는 파랗게 움이 트 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물 속에는 철과 염분과 인과 칼슘과 단백질 등의 모든 물질들이 다 들어 있었고, 나는 이 「둥 근 방」에서 “밀물과 썰물이 찍힌 서해와/ 달의 숨소리가 높은 동해와/ 조릿대 사분대는 대관령을/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바다와 바람의 호흡만으로”도 “눈 대신 귀가 환하게 열렸”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말랑한 뼈 가 하나씩 돋았”던 것이다. 요컨대 엄마 뱃속의 「둥근 방」은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자 삶의 터전이었고, 산과 바다와 하늘과 땅과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 움직이는 대우주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애초에 한 방울의 물이었지 만 홀로 자라는 물이었던 나, 꽉 막힌 방, 어둡지만 환환 그곳에서 파랗게 움이 트고 있었던 나, “밀물과 썰물이 찍 힌 서해와/ 달의 숨소리가 높은 동해와/ 조릿대 사분대는 대관령을/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던 나”, “바다와 바람의 호흡만으로/ 눈 대신 귀가 환하게 열”리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말랑한 뼈가 하나씩 돋았”던 나─. 하늘 기둥은 떡 잎부터 다르듯이, 시인의 꿈을 꾸고 있는 태아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둥근 방’ 밖을 무한히 살펴보고 성찰할 수 있는 역사 철학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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