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봄로야의 독서 콜라주. 과거에 읽었던 책들은 동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책과 함께 떠오르는 사람, 대화의 한 귀퉁이가 기억나기도 한다. 이 책에 담은 에세이들은 그런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부터 지금까지 봄로야 작가 자신과 함께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당시의 감정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작가는 에세이를 통해서 예전의 나를 떠올리고, 기억 저편에 있었던 이미 어느 정도 바래버린 사람들의 기억까지 끌어올린다. 책 읽기는 결국 그녀의 삶에서 일기 쓰기처럼 일상적인 습관일 뿐인 셈이다.
<어린 왕자>를 통해서는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싶었던 소녀의 모습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혼잣말, 대화하듯이 일기 쓰기의 묘미를, <수레바퀴 밑에서>는 모범생이 되려고 했던 제도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한다. 그리고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치유하듯이 책을 읽었던 자신을 떠올린다.
작가의 노트에서 "나무가 자라면서 나이테가 생기듯이, 책을 통해 켜켜이 삶의 테가 생기고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뮤지션,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그녀에게 모든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킬 때, 실현의 상처를 극복할 때, 고독한 시간을 마주할 때도 책이 함께한다. 그리고 잔잔한 에세이를 통해 한 번쯤 고민해봤음직한 인생에 대한 고민들을 하나씩 하나씩 책을 통해 벗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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